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The Secret Life of Walter Mitty)'(2013)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불가능한 일이 일어나는 순간이 아니었다. 평범한 회사원이던 월터가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내리막을 질주할 때였다. 방향을 조절하기 위해 돌멩이를 손에 묶고 낮은 자세로 보드에 몸을 실은 그를 보는 나에게도 바람을 가르는 속도가, 돌멩이가 땅을 긁는 감각이 느껴지는 듯했다. 물리법칙을 위배하는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넘어봄 직한 문턱을 돌파할 때 희열은 더 커진다.
이용주(이용주건축스튜디오 대표)의 책 『생각의 구축』을 읽으며 이 영화를 떠올렸다. 평범한 목재부터 광섬유, 스티로폼, 그리고 벌레, 균사와 같이 무기물과 유기체를 넘나드는 재료와 AI나 로봇팔, 3D 프린터처럼 아직 한국 건축에서는 희소하게 적용되는 기술에 천착하는 그의 방식을 컴퓨테이셔널 디자인이라고 요약해버리기에는 설명이 미진한 느낌이다. 분명한 건 이 분야의 대세가 무엇이든 이용주는 실재하는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은 마치 가상의 컴퓨터 공간 안에서 이뤄지는 듯 하지만 상당히 물리적인 환경과 인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