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CE(공간)」 창간 57주년 기념호에서는 출발선이 서로 다른 두 가지 주제를 다룬다. 하나는 공공건축 설계공모 이야기다. 해묵은 주제 같지만 공적인 자리나 사적인 자리를 막론하고 건축계에서 설계공모만큼 자주 회자되는 이슈가 있을까? 특히 심사의 공정성이나 투명성, 전문성에 대한 불신이 압도적으로 높다. 한편으로는 기계적인 공정성에 사로잡혀 전문성에 대한 가치평가가 도외시되고, 당선하더라도 실제 건축물을 짓는 과정에서 건축가에게는 적합한 권한과 대가 없이 과도한 책임만 지운다는 문제의식도 크다. 되풀이되는 논란에 피로감과 ‘말한다고 변화가 있겠느냐’는 절망감도 팽배하다. 불공정한 심사가 예상되는 블랙리스트를 피하는 건 물론, 아예 공모 자체를 외면하는 건축가들도 다수다. 하지만 경기가 어려울수록 많은 건축가는 설계공모를 통해 작업의 기회를 얻는다. 특히 최근 젊은 건축가들은 공공건축으로 실무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현실이다.
2013년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개정으로 공모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설계비 기준이 점차 낮아지면서, 지난 10년간 공고된 설계 공모의 총합은 6,000여 건에 달하고, 2020년 이후에는 연간 1,000건 이상의 공공건축의 설계공모가 진행되고…